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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보드게임 입문 — 상자 옆면 숫자 3개로 우리 모임에 맞는 게임 고르기

by 드충이 2026.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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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을 사려고 검색하면 처음 보는 이름이 끝없이 나옵니다. 상자 그림은 다 재미있어 보이는데, 막상 사서 펼치면 규칙서가 20쪽이라 친구들 앞에서 30분 동안 설명만 하다 끝나기도 합니다.

보드게임 입문의 실패는 대부분 "게임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우리 모임에 안 맞아서" 생깁니다. 그래서 이번 글은 작품 추천보다 먼저, 상자 옆면에서 읽어야 할 숫자 세 개부터 정리했습니다.

고백하자면 저는 보드게임을 잘 안 합니다. 예전에 친구들과 했다가 계속 지는 바람에 벌칙으로 술만 잔뜩 마신 기억이 있어서입니다. 그래서 이 글은 저처럼 "보드게임은 나랑 안 맞나?" 싶었던 사람을 기준으로 썼습니다.

테이블에서 보드게임을 하는 모습

사진: Karthik Balakrishnan / Unsplash

상자 옆면의 숫자 세 개

인원

'2~4인'이라고 적혀 있어도 모든 인원에서 똑같이 재미있지는 않습니다. 커뮤니티 평가 사이트에서는 인원별 추천도를 따로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둘이서 할 거라면 '2인 추천'이 높은 게임을 고릅니다.

플레이 시간

표기 시간은 규칙을 다 아는 사람 기준입니다. 처음 하는 판은 표기보다 1.5배에서 2배까지 걸린다고 생각하면 맞습니다. 30분이라고 적힌 게임이 첫 판에는 한 시간이 걸리는 식입니다.

난이도

세계 최대 보드게임 커뮤니티인 BoardGameGeek(BGG)은 1~5 사이의 '무게(Weight)' 점수로 난이도를 표시합니다. 입문자 모임이라면 1점대부터 2점대 초반까지가 적당합니다. 3점이 넘어가면 규칙 설명에만 한참 걸립니다.

독일의 '올해의 게임(Spiel des Jahres)' 수상작도 좋은 기준입니다. 가족과 입문자가 즐기기 좋은 게임에 주는 상이라서, 수상 마크가 붙은 상자는 대체로 규칙이 간결합니다.

입문자에게 자주 추천되는 게임

게임인원시간(표기)성격
코드네임2~8인 이상약 15분단어 연상 팀 게임. 규칙 설명 5분
도블(스팟잇)2~8인약 15분같은 그림 빨리 찾기. 나이 상관없음
스플렌더2~4인약 30분보석 카드 모아 점수 내기. 2인도 좋음
아줄2~4인30~45분타일 가져와 무늬 채우기. 2018 올해의 게임
티켓 투 라이드2~5인30~60분기차 노선 잇기. 대표적인 입문작
카르카손2~5인30~45분타일로 지도 만들기. 2001 올해의 게임
카탄3~4인60~90분자원 교환과 협상. 대화가 많은 모임에

표를 보면 인원과 시간이 제각각입니다. 한 개만 산다면 모이는 인원에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모임 형태별로 고르면

둘이서

스플렌더, 아줄이 무난합니다. 둘 다 규칙이 짧고, 상대가 무엇을 가져갈지 신경 쓰는 수 싸움이 있어서 2인으로도 긴장감이 유지됩니다. 카르카손도 2인으로 자주 즐깁니다.

네 명 안팎의 친구 모임

티켓 투 라이드나 카탄을 권합니다. 카탄은 자원을 서로 바꾸는 협상이 핵심이라 대화가 많은 모임일수록 재미있습니다. 반대로 조용히 각자 생각하는 걸 좋아하는 모임이라면 티켓 투 라이드가 더 잘 맞습니다.

여섯 명 이상이나 명절 가족 모임

코드네임과 도블처럼 팀을 나누거나 동시에 진행되는 게임이 좋습니다. 순서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면 인원이 많을수록 지루해집니다.

아이가 함께할 때

도블처럼 글자를 몰라도 되는 게임부터 시작합니다. 상자에 적힌 권장 연령은 규칙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 기준이라, 어른이 도와주면 조금 어려도 할 수 있습니다.

경쟁이 부담스럽다면 협력 게임

보드게임이라고 하면 서로 이기려고 싸우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모두가 한 팀이 되어 게임 자체와 싸우는 '협력 게임'이라는 장르도 있습니다.

대표작인 팬데믹은 2~4명이 각자 다른 역할을 맡아 전 세계에 퍼지는 전염병을 막는 게임입니다. 한 사람이 지면 모두 지고, 이기면 모두 이깁니다. 승부욕이 강한 친구와 그렇지 않은 친구가 섞여 있거나, 연인·가족처럼 분위기를 해치고 싶지 않은 자리에서 특히 잘 맞습니다.

협력 게임을 할 때 주의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게임을 잘 아는 사람이 모든 사람의 차례를 대신 정해주는 일이 생기기 쉽습니다. 이걸 흔히 '알파 플레이어' 문제라고 부릅니다. 조언은 하되 결정은 각자 하도록 미리 이야기해두면 모두가 즐겁습니다.

테이블 위의 주사위 두 개

사진: Jonathan Petersson / Unsplash

처음 살 때 흔한 실패

평점 1위 게임을 산다. 커뮤니티 순위 상위권에는 규칙이 복잡하고 몇 시간씩 걸리는 게임이 많습니다. 순위는 보드게임을 오래 한 사람들의 취향이 많이 반영된 결과라, 입문자 모임에는 무겁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확장판부터 산다. 이름이 같아도 확장판은 기본판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상자에 '확장' 또는 'Expansion'이라고 적혀 있는지 확인합니다.

언어 의존도를 확인하지 않는다. 카드에 글이 많은 게임은 한국어판이 아니면 진행이 느려집니다. 해외판을 싸게 구했다면 카드에 문장이 얼마나 있는지 먼저 봅니다. 그림과 숫자만 있는 게임은 언어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습니다.

모임 인원을 넉넉하게 잡는다. "가끔 다섯 명이 모이니까"라며 5인 게임을 샀는데 실제로는 대부분 셋이 모인다면, 3인에서 재미있는 게임을 사는 편이 낫습니다.

규칙을 빨리 익히는 방법

  • 영상부터 봅니다. 인기 게임은 대부분 규칙 설명 영상이 있습니다. 10분 영상 하나가 규칙서 20쪽보다 빠릅니다.
  • 첫 판은 연습판이라고 선언합니다. 점수보다 흐름을 익히는 판이라고 하면 설명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부담이 줄어듭니다.
  • 설명 담당은 한 명만. 여러 명이 동시에 설명하면 오히려 헷갈립니다. 모르는 부분은 규칙서를 펴서 그 자리에서 확인합니다.
  • 승리 조건부터 말합니다. "어떻게 하면 이기는지"를 먼저 알려주면 나머지 규칙이 왜 필요한지 이해가 빠릅니다.

사기 전에 해볼 수 있는 곳

보드게임 카페는 입문자에게 가장 좋은 시험장입니다. 시간제나 1인당 요금으로 여러 게임을 해볼 수 있고, 직원이 규칙을 설명해주는 곳도 많습니다. 두세 개를 해보고 모임 반응이 제일 좋았던 게임을 사면 실패가 거의 없습니다.

보드게임 행사나 박람회에서도 시연 테이블을 운영합니다. 신작을 미리 해볼 수 있고, 현장 할인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래 쓰려면

  • 카드 게임은 카드 슬리브(보호 비닐)를 씌우면 손때와 휘어짐을 막을 수 있습니다.
  • 작은 부품은 지퍼백에 종류별로 나눠 담으면 다음 판 준비 시간이 줄어듭니다.
  • 상자는 눕혀서 보관합니다. 세워두면 안에서 부품이 섞입니다.
  • 부품을 잃어버렸다면 제조사나 유통사에 부품 구매 문의를 해볼 수 있습니다.

좋은 첫 보드게임은 규칙서가 얇고, 끝나자마자 "한 판 더"라는 말이 나오는 게임입니다. 그 말이 나왔다면 다음엔 조금 더 무거운 게임에 도전해도 됩니다. 장르 이름이 궁금해지면 게임 장르 약어 정리도 참고해보세요.

※ 인원·시간·수상 정보는 제조사 표기와 일반적인 안내를 기준으로 했으며, 판본과 확장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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