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에 스트리밍 음질 용어를 정리하면서 비트레이트니 무손실이니 하는 이야기를 한참 했습니다. 구독 등급을 올리면 소리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등급을 올려놓고도 별 차이를 못 느꼈습니다. 원인은 음원이 아니라 귀에 꽂는 쪽에 있었습니다. 무손실 음원을 3천 원짜리 이어폰으로 듣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이번에는 이어폰과 헤드폰을 정리했습니다. 스펙표를 외우자는 게 아니라, 내 상황에 맞는 것을 고르는 순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목차
- 1. 형태부터 고릅니다
- 2. 용어는 이것만
- 3. 용도별로 어떤 걸 고를까
- 4. 살 때 확인할 7가지
- 5. 흔한 오해 5가지
- 6. 대표 제품으로 감 잡기
1. 형태부터 고릅니다
커널형 (인이어)
귀 안쪽에 고무 팁을 끼워 넣는 방식입니다. 밀폐가 되니 바깥 소리가 줄고, 저음이 잘 살아납니다. 대신 오래 쓰면 귀가 답답하고, 팁 크기가 안 맞으면 소리와 착용감이 동시에 나빠집니다. 팁을 바꿔 끼우는 것만으로 다른 제품처럼 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픈형 (이어버드)
귀에 걸치듯 얹는 방식입니다. 압박이 적어 오래 써도 편하고 주변 소리가 들려 안전합니다. 대신 저음이 빠져나가고, 조용한 곳이 아니면 볼륨을 키우게 됩니다.
온이어 헤드폰
귀를 덮지 않고 귀 위에 얹는 크기입니다. 가볍고 휴대가 낫지만, 오래 쓰면 귀가 눌려 아픕니다.
오버이어 헤드폰
귀 전체를 감싸는 방식입니다. 착용감과 소리 모두 유리하고, 노이즈 캔슬링 성능도 대체로 가장 좋습니다. 대신 크고 여름에는 덥습니다. 집이나 사무실에 두고 쓰는 용도라면 가장 만족도가 높은 형태입니다.
골전도·개방형 오픈이어
귓구멍을 막지 않고 진동이나 스피커로 소리를 전달합니다. 달리기나 자전거처럼 주변 소리를 들어야 하는 상황에 적합합니다. 음질, 특히 저음은 한계가 분명합니다.
2. 용어는 이것만
| 용어 | 뜻 | 실제로 중요한가 |
| 드라이버 | 소리를 내는 부품. 다이내믹, 밸런스드 아마추어 등 | 개수보다 조율이 중요합니다 |
| 코덱 | 블루투스로 소리를 압축해 보내는 방식 | 중요. 기기와 이어폰 양쪽이 지원해야 합니다 |
| 지연 | 화면과 소리가 어긋나는 시간 | 게임과 영상 감상에서 중요합니다 |
|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 | 반대 파형을 만들어 소음을 상쇄 | 저음 소음에 강합니다 |
| 패시브 차음 | 물리적으로 귀를 막아 소리를 차단 | 고음 계열 소음에 오히려 유리합니다 |
| 멀티포인트 | 두 기기에 동시에 연결 | 노트북과 휴대폰을 오간다면 유용합니다 |
| 임피던스·감도 | 얼마나 큰 힘으로 울려야 하는지 | 일부 고임피던스 헤드폰만 앰프가 필요합니다 |
| 방수 등급 | 먼지와 물에 견디는 정도 | 운동용이라면 꼭 확인하세요 |
코덱은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합니다. 휴대폰이 보내는 방식과 이어폰이 받는 방식이 같아야 그 코덱으로 연결됩니다. 한쪽만 고급 코덱을 지원하면 둘 다 지원하는 기본 코덱으로 떨어집니다. 그래서 무손실 음원을 무선으로 듣는다고 해서 무손실로 들리는 것은 아닙니다.
3. 용도별로 어떤 걸 고를까
| 상황 | 추천 형태 | 우선순위 |
| 지하철·버스 출퇴근 | 커널형 + 노이즈 캔슬링 | 차음, 배터리 |
| 달리기·자전거 | 골전도·개방형 | 안전, 방수, 고정력 |
| 헬스장 | 커널형 (귀걸이형이면 더 좋음) | 땀 방수, 흘러내림 방지 |
| 집에서 음악 감상 | 오버이어 (유선도 좋음) | 음질, 착용감 |
| 사무실·카페 작업 | 오버이어 + 노이즈 캔슬링 | 장시간 착용감, 통화 |
| 게임·영상 | 유선 또는 저지연 무선 | 지연, 방향감 |
| 잘 때·누워서 | 작은 커널형 또는 오픈형 | 두께, 눌림 |
4. 살 때 확인할 7가지
- 어디서 가장 오래 쓰는가 — 하루에 두 시간 쓰는 장소를 기준으로 고릅니다. 가끔 쓰는 상황에 맞추면 대부분 후회합니다.
- 내 기기와의 궁합 — 사용하는 휴대폰이나 노트북이 어떤 코덱을 지원하는지 먼저 봅니다.
- 팁 크기 구성 — 커널형이라면 여러 크기의 팁이 들어 있는지 확인하세요. 이게 음질에 미치는 영향이 가격 차이보다 큽니다.
- 배터리와 충전 — 연속 재생 시간뿐 아니라 케이스 포함 시간, 급속 충전 여부를 봅니다.
- 통화 품질 — 재생은 좋은데 통화는 나쁜 제품이 꽤 있습니다. 통화를 많이 한다면 따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 무게와 착용 방식 — 헤드폰은 20그램 차이가 두 시간 뒤에 크게 느껴집니다.
- 수리와 소모품 — 배터리는 소모품입니다. 몇 년 뒤 교체나 수리가 가능한지 확인해 두면 좋습니다.
5. 흔한 오해 5가지
- 비쌀수록 소리가 좋다 — 어느 선까지는 맞지만 그 위로는 취향의 영역입니다. 저음이 강한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평탄한 고급기가 심심하게 들립니다.
- 드라이버가 많을수록 좋다 — 개수보다 어떻게 조율했는지가 결정합니다. 하나짜리가 여러 개짜리보다 좋은 경우도 흔합니다.
- 노이즈 캔슬링이 모든 소음을 없앤다 — 지하철 소리나 엔진음 같은 낮은 소리에는 잘 듣지만, 사람 목소리와 키보드 소리는 꽤 남습니다.
- 한동안 틀어두면 소리가 좋아진다 — 명확한 근거는 약합니다. 대개는 기기가 아니라 귀가 그 소리에 익숙해진 것입니다.
- 무선은 유선보다 무조건 음질이 나쁘다 — 예전만큼의 차이는 아닙니다. 다만 같은 값이면 유선이 소리에서 유리한 것은 여전히 맞습니다.
6. 대표 제품으로 감 잡기
형태와 용어만으로는 감이 잘 안 온다면, 많이 알려진 제품을 기준점으로 삼으면 편합니다. 특정 제품을 사라는 뜻이 아니라, 매장에서 비교해볼 때 기준으로 쓰기 좋은 모델들입니다.
-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소니 WH-1000X 시리즈, 보스 QuietComfort 시리즈가 오랫동안 비교 기준으로 쓰여 왔습니다. 장거리 이동이 잦다면 이 급의 착용감과 차음을 먼저 경험해보세요.
- 커널형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 애플 에어팟 프로, 삼성 갤럭시 버즈 프로 계열이 대표적입니다. 같은 회사 스마트폰과 쓰면 기기 전환이나 설정이 편한 장점이 있습니다.
- 오픈형 이어폰: 기본형 에어팟처럼 귀 입구에 걸치는 형태입니다. 귀가 답답한 걸 싫어하는 사람에게 맞지만 차음은 거의 없습니다.
- 골전도 이어폰: 샥즈(Shokz) 제품이 대표적입니다. 귀를 막지 않아 러닝이나 자전거처럼 주변 소리를 들어야 할 때 씁니다.
블루투스 코덱도 제품 조합을 볼 때 참고합니다. 아이폰은 AAC, 안드로이드 폰은 기종에 따라 LDAC나 aptX 계열을 지원합니다. 이어폰과 폰이 같은 고음질 코덱을 지원해야 그 장점이 살아납니다.
음질 용어를 정리할 때는 숫자만 봤습니다. 비트레이트가 몇이고 샘플레이트가 몇인지 같은 것들이요.
지금은 순서를 바꿨습니다. 어디서 쓸지를 먼저 정하고, 형태를 고르고, 그다음에 소리를 봅니다. 그러고 나니 오히려 만족도가 올라갔습니다.
가장 좋은 이어폰은 스펙이 좋은 이어폰이 아니라, 두 시간을 꽂고 있어도 잊고 있게 되는 이어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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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소리로 오래 듣는 습관은 청력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최대 볼륨의 60퍼센트 이하로, 한 번에 60분 이내로 듣고 중간에 귀를 쉬게 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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