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에는 2022년부터 쓴 영화 리뷰가 꽤 쌓여 있습니다. 포레스트 검프, 어바웃 타임, 관상, 봄날은 간다, 아메리칸 셰프… 얼마 전 그 글들을 처음부터 다시 읽어 봤는데, 솔직히 좀 부끄러웠어요. 줄거리가 글의 절반이고, "연출이 좋다"는 말이 반복되고, 아쉬운 점은 마지막에 번호 매겨서 몇 줄 붙어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번 글은 "리뷰 잘 쓰는 법"을 설명하는 대신, 제 옛날 리뷰를 직접 첨삭해 보려고 합니다. 고치면서 정리한 여섯 칸 구성은 맨 아래에 이미지로 넣어 뒀어요.

사진: Andrew Neel / Unsplash
첨삭 1. 줄거리를 반으로 줄이기 — 「마스크」
2022년의 저는 「마스크」 리뷰에서 줄거리를 이렇게 썼습니다. 은행원 스탠리 입키스가 클럽 가수 티나를 좋아하게 되고, 동료 찰리가 클럽 코코봉고에 가자고 하고, 정비소에서 차를 안 내줘서 고물 렌터카를 받고, 클럽 앞에서 쫓겨나고, 돌아오는 길에 차가 퍼지고… 이게 가면을 줍기도 전까지의 이야기예요.
지금이라면 이렇게 씁니다.
소심한 은행원이 우연히 주운 가면을 쓰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딴사람이 된다. 그 힘으로 좋아하는 여자에게 다가가지만, 그녀 뒤에는 은행을 노리는 범죄 조직이 있다.
두 문장이면 됩니다. 줄거리는 포털에 다 있어요. 검색해서 들어온 사람이 궁금한 건 줄거리가 아니라 "이 사람은 이 영화를 어떻게 봤나"입니다. 그래서 줄거리는 누가, 무엇을 하려 하는가까지만 쓰고 멈추는 게 좋습니다.
첨삭 2. "연출이 좋다"를 장면으로 — 「봄날은 간다」
이 리뷰는 그래도 잘 쓴 편이었습니다. 이런 문장이 있었거든요.
마음에 안 드는 표정은 거울에 비춰 보이는 연출, 아주 좋습니다. 이영애가 "좀 들어볼까요?" 할 때 피아노 음이 슥 나오면서 전개되는 게 지금 봐도 자연스럽다.
"연출이 좋다"에서 끝나지 않고 어떤 장면의 무엇이 좋았는지가 들어 있어요. 이 문장을 읽은 사람은 영화를 보다가 그 거울 장면에서 멈추게 됩니다. 리뷰가 하는 일이 바로 이거라고 생각해요. 다만 지금 고친다면 "칭찬받아 마땅할 정도", "아주 기가 막혔다" 같은 감탄을 빼고 장면 묘사를 하나 더 넣겠습니다. 감탄은 장면이 대신해 주니까요.
첨삭 3. 아쉬운 점에 "왜"를 붙이기 — 「관상」
「관상」 리뷰의 아쉬운 점은 꽤 길었습니다. 요약하면 "주제가 약하다, 끝나고 남는 게 없다"였어요. 그런데 다시 읽어 보니 그 뒤에 제가 이유를 적어 뒀더라고요. "큰 흐름은 관상으로 못 본다는 건지, 관상도 노력으로 고칠 수 있다는 건지,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라는 건지, 한 번씩 맛만 보여 주고 끝난다."
이게 좋은 아쉬운 점입니다. "별로였다"가 아니라 무엇이, 왜 아쉬웠는지가 있어요. 여기에 하나만 더 붙이면 완성입니다. "그래서 주제보다 배우들의 연기 대결을 보러 간다면 충분히 만족할 영화"처럼, 내 단점이 누군가에겐 장점일 수 있다는 한 줄이요.
첨삭 4. 추천 대상을 따로 떼어 쓰기
옛날 리뷰들을 다 읽고 나서 아쉬웠던 게 하나 더 있었습니다. "이 영화를 누가 보면 좋은가"가 글 여기저기 흩어져 있거나, "주변에 추천한다" 한마디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어요. 리뷰를 끝까지 읽은 사람이 가장 알고 싶은 건 결국 "그래서 나는 볼까 말까"인데 말이죠.
지금은 마지막 문단을 무조건 이걸로 씁니다. 이런 분께 추천, 이런 분은 피하세요. 딱 두 줄이요. 예를 들어 「봄날은 간다」라면 "말보다 표정과 침묵으로 감정을 읽는 영화를 좋아하는 분께, 사건이 빠르게 전개되는 영화를 원하는 분은 지루할 수 있음" 정도가 됩니다.
바로 쓸 수 있는 리뷰 뼈대
| 순서 | 쓸 내용 | 분량 감 |
| 1. 한 줄 평 | 이 영화를 한 문장으로 | 1~2줄 |
| 2. 기본 정보 | 개봉 연도, 감독, 주연, 장르 | 표나 목록 하나 |
| 3. 줄거리 | 초반 설정까지만, 결말 없이 | 3~4줄 |
| 4. 좋았던 장면 | 장면 하나를 구체적으로 | 한 문단 |
| 5. 아쉬운 점 | 왜 아쉬웠는지 이유까지 | 한 문단 |
| 6. 추천 대상 | 어떤 사람에게 맞을지 | 2~3줄 |
이 뼈대를 그대로 따라 쓰기만 해도 "줄거리만 길고 감상은 없는" 리뷰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익숙해지면 순서를 바꾸거나 한 부분을 길게 늘리면서 나만의 형식을 만들어 가면 됩니다.
스포일러는 어떻게 할까
- 결말이나 반전을 다룰 때는 글 앞부분에 "스포일러 포함"이라고 미리 알려 주세요.
- 반전이 핵심인 영화라면 반전 이야기는 글 맨 아래에 따로 모아 두고, 그 앞에 경고 문구를 한 줄 넣는 방식이 좋습니다.
- 제목에는 절대 결말을 넣지 않습니다. 검색 결과에서 제목만 보고도 스포일러를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리뷰를 쓰다 보면 누구나 겪는 일
영화를 볼 때는 할 말이 많았는데 막상 쓰려고 앉으면 머릿속이 하얘지는 일, 아마 많은 분들이 겪어 봤을 겁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중간이나 직후에 휴대폰 메모장에 떠오르는 장면과 느낌을 단어로라도 적어 두는 습관이 큰 도움이 됩니다. 메모 다섯 줄만 있어도 리뷰 한 편은 충분히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쓰는 순서

하나 덧붙이면, 저는 영화를 보면서 생각나는 걸 메모로 막 적어 둡니다. 「줄리 & 줄리아」 리뷰는 아예 그 메모를 거의 그대로 올렸을 정도예요. 리뷰를 쓰기 어렵다면 그 메모에서 장면 하나와 아쉬운 점 하나만 골라 위 여섯 칸에 넣어 보세요. 줄거리부터 쓰기 시작하면 거기서 지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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