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영화 다음으로 많이 본 것이 애니메이션입니다. 어릴 때 본 작품을 어른이 되어 다시 보고 전혀 다른 이야기로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데 누가 "애니메이션은 뭐부터 보면 돼?"라고 물으면 늘 대답이 막혔습니다. 작품 추천은 취향에 따라 너무 달라서요. 그래서 요즘은 작품보다 '만드는 방식'부터 알려줍니다. 방식을 알고 나면 같은 장면에서도 보이는 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영화 촬영·연출 용어 글의 애니메이션 편이라고 생각하고 읽어주시면 됩니다.
3줄 요약
· 애니메이션은 크게 손그림 2D, 컴퓨터 3D, 실물을 한 장씩 찍는 스톱모션으로 나뉩니다.
· 움직임은 1초에 몇 장의 그림을 쓰느냐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고, 이 차이가 곧 작품의 개성이 됩니다.
· 처음이라면 방식이 다른 작품을 하나씩 골라 비교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목차
- 애니메이션은 '멈춘 그림'을 이어 붙인 것입니다
- 2D 손그림 애니메이션
- 3D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
-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 입문자를 위한 감상 순서
- 이런 것도 궁금할 수 있어요
애니메이션은 '멈춘 그림'을 이어 붙인 것입니다
영화는 보통 1초에 24장의 정지 화면을 연달아 보여줍니다. 애니메이션도 같은 원리입니다. 차이는 그 한 장 한 장을 카메라로 찍느냐, 그리거나 만들어내느냐입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고를 때 '어떻게 그 한 장을 만들었는가'를 보면 작품의 결이 보입니다.
| 방식 | 한 장을 만드는 법 | 화면의 느낌 |
| 2D 손그림 | 사람이 한 장씩 그립니다 | 선이 살아 있고 과장된 동작이 자연스럽습니다 |
| 3D 컴퓨터 그래픽 | 컴퓨터 속 입체 모형을 움직여 장면을 만듭니다 | 입체감과 부드러운 카메라 움직임이 강점입니다 |
| 스톱모션 | 인형이나 점토를 조금씩 움직이며 한 장씩 촬영합니다 | 손으로 만든 질감과 특유의 끊기는 듯한 움직임이 있습니다 |
| 로토스코핑 | 실제 촬영한 영상을 따라 그립니다 | 사람 움직임이 사실적으로 보입니다 |
2D 손그림 애니메이션
가장 오래된 방식입니다. 예전에는 투명한 셀룰로이드 판에 그림을 그려 배경 위에 겹쳐 찍었기 때문에 '셀 애니메이션'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디지털 도구로 그리지만, 한 장씩 그린다는 원리는 같습니다.
2D에서 알아두면 재미있는 개념이 있습니다. 1초 24장을 모두 새로 그리지 않고, 같은 그림을 2장이나 3장씩 반복해 쓰는 방식입니다. 영어로는 '투스(on twos)', '쓰리스(on threes)'라고 부릅니다.
- 1장씩(on ones): 매우 부드럽습니다. 빠른 액션이나 중요한 장면에 씁니다.
- 2장씩(on twos): 1초에 12장의 그림을 쓰는 셈입니다. 많은 손그림 애니메이션의 기본 리듬입니다.
- 3장씩 이상: 움직임이 또렷하게 끊어지며, 그만큼 한 장 한 장의 그림이 강조됩니다.
처음 이걸 알고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다시 봤을 때, 느리게 움직이던 장면과 갑자기 부드러워지는 장면이 구분되기 시작했습니다. 제작진이 어디에 힘을 줬는지가 보이는 순간이었습니다.
3D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
컴퓨터 안에 캐릭터와 공간을 입체로 만들고, 뼈대를 심어 움직인 뒤 가상의 카메라로 찍는 방식입니다. 1995년 개봉한 「토이 스토리」가 전편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첫 장편 영화로 알려져 있습니다.
3D는 카메라가 공간 안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어서, 실사 영화에 가까운 장면 연출이 가능합니다. 반대로 모든 움직임이 너무 매끄러우면 오히려 생동감이 떨어져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3D로 만들면서 일부러 2D처럼 보이게 하는 작품도 많습니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만화책 같은 질감과 의도적으로 끊기는 움직임을 섞어 화제가 됐습니다. 위에서 말한 '2장씩' 리듬을 3D에 가져온 예입니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실제 인형이나 점토 모형을 아주 조금씩 움직이고, 움직일 때마다 사진을 한 장씩 찍어 이어 붙이는 방식입니다. 1초 분량을 만들기 위해 수십 번 손을 대야 해서 제작 기간이 매우 깁니다.
- 클레이 애니메이션: 점토로 만든 캐릭터를 씁니다. 「월레스와 그로밋」 시리즈가 대표적입니다.
- 퍼펫 애니메이션: 관절이 있는 인형을 씁니다. 「코렐라인: 비밀의 문」 같은 작품이 이 방식입니다.
스톱모션을 볼 때는 캐릭터의 옷감이나 머리카락을 유심히 보세요. 실제 재료를 손으로 만졌다는 흔적이 화면에 남아 있습니다. 저는 이 질감 때문에 스톱모션을 가장 좋아합니다.
입문자를 위한 감상 순서
- 방식이 다른 작품을 하나씩 봅니다. 2D, 3D, 스톱모션을 한 편씩 보면 차이가 확실히 느껴집니다.
- 같은 감독의 다른 작품을 봅니다. 방식은 같아도 감독마다 움직임의 리듬이 다릅니다.
- 좋았던 장면을 다시 봅니다. 느리게 재생하면 한 장면에 몇 장의 그림이 쓰였는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극장에서 본다면 색감과 선이 섬세한 작품일수록 큰 화면의 장점이 커집니다. 상영관 고르는 법은 상영관 포맷 글을 참고해 주세요.
방식별 대표 작품
각 방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을 하나씩 붙이면 이해가 빨라집니다.
| 방식 | 대표 작품 | 볼 때 눈여겨볼 점 |
| 2D 손그림 | 스튜디오 지브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1) | 배경의 세밀함, 인물 움직임의 무게감 |
| 3D 컴퓨터 그래픽 | 픽사 「토이 스토리」(1995) | 전편을 CG로 만든 최초의 장편으로 꼽히는 작품 |
| 3D에 2D 질감 |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2018) | 일부러 프레임을 덜어낸 움직임, 만화책 같은 질감 |
| 클레이 스톱모션 | 아드만 「월레스와 그로밋」 시리즈 | 점토 표면에 남은 손자국 |
| 인형 스톱모션 | 라이카 「코렐라인: 비밀의 문」(2009) | 천과 머리카락의 미세한 떨림 |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는 위에서 설명한 '2장씩' 방식을 3D 애니메이션에 일부러 섞은 사례로 자주 언급됩니다. 캐릭터마다 움직임의 프레임 수가 달라서, 두 번째 볼 때 그 차이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런 것도 궁금할 수 있어요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이 보는 것 아닌가요?
관람 등급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성인을 대상으로 만든 애니메이션도 많습니다. 방식이 장르를 정하지는 않습니다.
2D가 3D보다 오래된 방식이니 덜 발전한 건가요?
아닙니다. 방식은 표현 도구의 차이입니다. 지금도 손그림을 고집하는 스튜디오와 작품이 많고, 두 방식을 섞는 경우도 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애니메이션을 볼 때 이야기만 따라갔습니다. 방식을 알고 나서는 한 장면이 몇 장의 그림으로 되어 있는지, 저 머리카락이 진짜 천인지 궁금해하며 봅니다.
같은 작품인데 두 번 보는 느낌입니다. 한 번은 이야기로, 한 번은 만든 사람들의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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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작 방식에 대한 설명은 일반적인 분류를 기준으로 했으며, 실제 작품은 여러 방식을 섞어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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