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에 본가에 갔다가 시작한 게임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중국 드라마 「삼국지」를 하루 종일 틀어 두셨는데, 그걸 보다가 갑자기 삼국지 게임이 하고 싶어져서 깔았던 「킹덤스토리」예요. 2D 게임을 싫어하는 제가 그 2D 모바일 게임을 1년 가까이 했습니다.
그런데 누가 추천해 달라고 하면 저는 "아니"라고 답합니다. 1년을 했는데 왜 추천을 못 하는지, 그 이유를 뜯어보니 수집형 모바일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확인해야 할 것들이 그대로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이 글은 특정 게임 리뷰라기보다, 제가 1년 동안 겪은 걸로 만든 수집형 게임 사전 점검표입니다.
이 게임에서 겪은 구조
킹덤스토리는 캐릭터 여섯 명을 3×2로 세워서 싸우게 하는 게임입니다. 처음엔 삼국지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초한지, 춘추전국시대까지 넓어졌어요. 귀여운 그림체와 삼국지 조합은 지금 봐도 매력 있습니다. 문제는 좋은 캐릭터를 얻는 구조였어요.
- 좋은 캐릭터를 얻는 길은 사실상 두 가지. 둘 다 랜덤입니다.
- 하나는 게임하며 모으는 재화 "원보"로 돌리는 뽑기. 확률이 극악입니다.
- 무과금 출석으로 주는 건 하위인 4단계 확정권. 2만 원 정도 결제하면 3단계 확정권을 주긴 하는데, 그것도 한 달 가까이 꾸준히 접속해야 받습니다.
- 그 위 2단계 확정권은 1년에 1~3개. 매일 해도 2단계 하나 뽑으려면 2~3개월이 걸립니다.
- 최상위 1단계는 1년에 딱 한 번, 게임 생일 이벤트 때 세 명 중 하나를 랜덤으로 줍니다.
여기에 신규 캐릭터는 대부분 1·2단계로 나옵니다. 그러니 평소엔 숙제를 쭉 하다가, 신캐가 나오면 그 캐릭터에 재화를 몰빵하고, 다시 숙제로 돌아가는 사이클이 반복돼요. 콘텐츠도 시나리오, PVP, 레이드가 전부라서 PVP에는 늘 정해진 강한 캐릭터 몇 명만 나옵니다. 조합을 고민할 이유가 점점 사라지더라고요.
주변 유저를 보면 기존 고인물들이 5~10만 원 정도씩 소소하게 결제하면서 유지하고, 복귀 유저가 들어왔다가 조금 결제해 보고 다시 접는 흐름이었습니다. 새로 시작하는 사람이 편하게 따라잡는 게임은 아니었어요.
그래서 만든 사전 점검표
위 구조를 거꾸로 뒤집으면, 수집형 게임을 깔기 전에 확인할 것들이 됩니다. 공식 카페나 커뮤니티 공지 몇 개만 읽어 봐도 대부분 확인할 수 있어요.

이미 시작했다면 — 숙제 피로 줄이기
수집형 게임이 질리는 건 대부분 게임이 재미없어서가 아니라 "해야 할 일"이 많아서입니다. 그래서 하루 할 일을 필수와 선택으로 나눠 보세요. 출석과 재화가 나오는 일일 퀘스트처럼 빠지면 손해가 큰 것만 필수로 두고, 나머지는 시간 날 때만 합니다. 자동 전투와 소탕 기능이 있다면 아끼지 말고 쓰고요.
그리고 신캐가 나올 때마다 몰빵하는 사이클에 들어갔다면, 한 번쯤은 일부러 건너뛰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다음 신캐까지 재화를 모아 두면 생각보다 아쉽지 않아요. 몰빵 사이클은 한 번 빠지면 나오기가 어렵습니다.
과금은 이 기준으로
- 첫 달은 무과금 — 게임이 나랑 맞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결제하지 않기
- 확정 보상만 — 랜덤 뽑기보다 "결제하면 무엇을 확실히 받는지" 정해진 패키지 위주
- 월 상한 정하기 — 신캐 출시 주간에 상한이 깨지기 쉬우니 미리 금액을 적어 두기
수집형 게임 기본 용어
| 용어 | 뜻 |
| 가챠(뽑기) | 재화를 써서 무작위로 캐릭터나 아이템을 얻는 방식 |
| 픽업 | 기간 한정으로 특정 캐릭터의 등장 확률을 올려 주는 뽑기 |
| 천장 | 정해진 횟수를 뽑으면 원하는 캐릭터를 확정으로 주는 장치 |
| 리세마라 | 초반 뽑기 결과가 마음에 들 때까지 계정을 새로 시작하는 것 |
| 숙제 | 매일 반복해서 해야 하는 일일·주간 콘텐츠 |
특히 '천장'이 있는지, 몇 번째에 걸리는지, 다음 픽업으로 이어지는지는 과금 여부와 상관없이 꼭 확인해야 할 정보입니다. 같은 확률이라도 천장 구조에 따라 체감 난이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확률 정보는 공개되어 있다
국내에서는 2024년부터 법이 바뀌어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와 확률을 공개하도록 의무화됐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게임은 뽑기 화면이나 공식 홈페이지에서 각 등급의 확률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뽑기 전에 이 숫자를 한 번만 봐 두어도 "이 정도면 될 것 같은데"라는 막연한 기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수집형 게임을 하다 보면 누구나 겪는 일
- "딱 열 번만" 하고 뽑았다가 원하는 캐릭터가 안 나와서 열 번을 더 뽑는 일
- 신규 캐릭터가 나올 때마다 지금 키우던 캐릭터가 약해 보이는 일
- 출석 보상 받으려고 들어갔다가 30분 동안 숙제를 하고 나오는 일
- 몇 달 지나 다시 보니 그때 그렇게 갖고 싶던 캐릭터를 거의 안 쓰고 있는 일
이런 경험이 쌓이면 자연스럽게 앞에서 말한 사전 점검표의 필요성을 느끼게 됩니다. 게임은 즐기려고 하는 것이니, 즐거움보다 부담이 커졌다면 잠시 멈춰도 괜찮습니다.
그만둘 때를 아는 법
1년쯤 하고 나서 든 생각은 이거였습니다. "언제 없어져도 아쉬워할 사람이 많지 않은 게임이다." 추억의 게임도 아니고, 영광의 시간이 있었던 것도 아닌 애매한 위치요. 아직 손에서 놓지는 않았지만,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한 번 거리를 둘 때라고 봅니다. 접속이 재미보다 의무로 느껴지고, 신캐 소식이 기대보다 피곤으로 다가오면 며칠 쉬어 보세요. 다시 생각나면 그때 돌아와도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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