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롤 이야기를 한 번 쓴 적이 있습니다. 시즌2 롤드컵 결승을 보겠다고 집 TV를 독점했던, 지금 생각하면 참 불효막심했던 시절 이야기였죠.
그 글에는 제 초보 시절도 적어 뒀습니다. PC방에서 친구들 따라 시작했고, 첫 챔피언 볼리베어로 탑에 섰다가 스킬도 모르고 욕먹으면서 엄청 털렸어요. AI와 싸우는 봇전에서도 많이 죽었고, 나중에 확인해 보니 봇전만 1,500판 가까이 했더라고요. 노틸러스로 공격 속도만 올려서 타워를 미는 저만의 "메타"를 한 번 성공시키고 혼자 뿌듯해한 적도 있습니다.
그렇게 돌아 돌아 배운 사람이라, 처음 하는 분은 저보다 빨리 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승률이 오르는 순서대로 정리해 봤습니다.
챔피언 목록이나 아이템 수치처럼 패치마다 바뀌는 내용은 일부러 뺐습니다. 그런 건 어차피 3개월이면 낡거든요.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
초보 구간에서 지는 이유의 대부분은 조작이 느려서가 아니라 죽지 않아도 될 때 죽어서입니다. 잘하는 법보다 안 죽는 법을 먼저 배우는 게 빠릅니다.
티어 구조부터 이해하기
목표를 정하려면 지도부터 봐야 합니다. 현재 솔로 랭크 티어는 아래 순서입니다.
| 구간 | 티어 | 이 구간에서 필요한 것 |
| 입문 | 아이언 · 브론즈 | 조작 숙련, 스킬 사용 순서, 안 죽기 |
| 기본기 | 실버 · 골드 | CS 수급, 와드, 오브젝트 타이밍 인지 |
| 운영 | 플래티넘 · 에메랄드 | 웨이브 관리, 사이드 운영, 한타 진입 각 |
| 상위 | 다이아 이상 (마스터·그랜드마스터·챌린저) | 챔피언 숙련도 + 팀 단위 판단 |
아이언부터 다이아몬드까지는 각 티어가 4단계(Ⅳ→Ⅰ)로 나뉘고, 마스터 위로는 단계 없이 점수로만 갈립니다. "초보 탈출"의 현실적인 1차 목표는 실버~골드 안착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초보 탈출 1순위: CS(미니언 처치)
가장 지루하지만 가장 효과가 확실한 항목입니다. 미니언은 대략 30초마다 한 웨이브씩 나오고, 한 웨이브에 근접 3마리·원거리 3마리가 기본이며 일정 주기마다 대포 미니언이 추가됩니다.
즉 1분에 12마리 안팎이 지나갑니다. 여기서 감이 옵니다.
- 완벽하게 다 먹으면 10분에 CS 100이 넘습니다.
- 브론즈~실버 구간의 평균은 10분에 50~60 정도인 경우가 많습니다.
- 즉 10분 기준 CS 70만 안정적으로 찍어도 아이템 한 개 차이가 납니다.
CS 연습, 이렇게 하세요
- 연습 모드에서 스킬을 쓰지 않고 평타로만 10분간 막타 연습. 챔피언별 평타 속도와 사거리 감각이 몸에 붙습니다.
- 실전에서는 "이번 웨이브만 다 먹자"를 목표로 잡습니다. 게임 전체가 아니라 웨이브 단위로 끊으면 집중이 유지됩니다.
- 죽고 나서 부활 대기 중에 미니맵과 CS 수치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세요.
한 가지 더. 킬보다 CS가 안전합니다. 킬을 노리다 죽으면 골드도 잃고 경험치도 잃고 라인도 잃습니다. CS는 그런 리스크가 없습니다.

죽지 않는 법 = 시야와 미니맵
초보 구간 데스의 상당수는 "정글러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앞으로 걸어가다가" 발생합니다. 해결책은 단순합니다.
① 장신구 와드는 아끼는 물건이 아닙니다
쿨타임이 돌면 무조건 박으세요. 창고에 쌓아두는 게 아닙니다. 라인전 중에는 내 라인 근처의 강가 부시가 1순위입니다.
② 제어 와드는 개당 값어치가 가장 높은 아이템입니다
상대 시야를 지우면서 내 시야를 유지합니다. 귀환할 때마다 하나씩 사는 습관을 들이세요. 돈이 아깝다고 안 사는 사람과 매번 사는 사람의 차이가 골드 차이보다 큽니다.
③ 미니맵은 "가끔" 보는 게 아니라 "주기적으로" 봅니다
추천하는 방법은 내가 어떤 행동을 마칠 때마다 한 번 보는 것입니다. 스킬 한 번 쓰고 미니맵, 막타 한 번 먹고 미니맵. 처음엔 어색해도 200판쯤 하면 무의식으로 넘어갑니다.
④ 상대 정글러가 화면에 보이지 않으면 '없는 것'이 아니라 '오는 중'입니다
이 문장 하나만 지켜도 데스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라인전 이후, 어디로 가야 하나
라인전이 끝나는 시점(대략 14~15분)부터 초보와 중수가 갈립니다. 기준은 하나입니다. "다음 오브젝트가 몇 초 뒤에 나오는가"입니다.
- 드래곤·전령 같은 주요 오브젝트가 30초 뒤에 나온다면, 반대편 라인으로 멀리 가면 안 됩니다.
- 오브젝트 등장 전에는 그 주변 시야부터 잡아둡니다. 싸움은 시야가 있는 쪽이 이깁니다.
- 우리 팀이 오브젝트를 포기하기로 했다면, 그 시간에 반대편 라인의 포탑을 미는 게 이득입니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서 있는 게 최악입니다.
초보 구간에서 흔한 실수는 "한타에서 이겼는데 아무것도 안 챙기고 다시 라인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이겼으면 반드시 오브젝트나 포탑으로 환전하세요.
챔피언은 몇 개나 익혀야 할까
정답부터 말하면 포지션 1개, 챔피언 2~3개입니다.
| 이유 | 설명 |
| 숙련도 곡선 | 한 챔피언을 50판 하면, 다섯 챔피언을 10판씩 한 것보다 확실히 강해집니다. |
| 밴·상성 대응 | 주력이 밴되거나 상성이 극악일 때를 대비해 최소 2개는 필요합니다. |
| 판단력 이전 | 한 챔피언으로 익힌 "언제 들어가고 언제 빠지는가"는 다른 챔피언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
고를 때는 화려한 챔피언보다 실수해도 덜 손해 보는 챔피언을 권합니다. 이동기가 없어서 위치를 신중하게 잡아야 하는 챔피언이 오히려 기본기를 빨리 길러줍니다.
실력보다 승률을 더 깎는 것: 멘탈
이건 제 경험담입니다. 제가 롤에서 가장 많이 진 날은 실력이 나빴던 날이 아니라 화가 나 있던 날이었습니다.
- 연패 시 즉시 중단 — 2연패하면 그날은 접거나 최소 30분 쉽니다. 3연패부터는 판단력이 눈에 띄게 떨어집니다.
- 채팅으로 싸우지 않기 — 채팅 한 줄에 3초, 그 3초에 한타가 터집니다. 감정 소모는 덤입니다.
- "내가 고칠 수 있는 것"만 복기 — 남 탓은 다음 판에 아무것도 바꾸지 못합니다. 데스 하나를 골라 "그때 어디에 있었어야 했나"만 봐도 충분합니다.
처음에 헷갈렸던 것들
초보는 어떤 포지션부터 하는 게 좋나요?
미드나 정글보다는 탑 또는 서포터를 권하는 편입니다. 탑은 1대1 상황이 많아 라인전 기본기를 익히기 좋고, 서포터는 CS 부담이 적어 시야와 한타 판단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하루에 몇 판 하는 게 적당한가요?
실력 향상만 놓고 보면 3~5판이 적당합니다. 그 이상은 복기 없이 반복하는 시간이 되기 쉽습니다. 한 판 끝날 때마다 "이번 판 최악의 데스 하나"를 떠올려보는 게 10판 더 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AI 상대 연습이 도움이 되나요?
조작과 스킬 콤보를 익히는 단계에서는 도움이 됩니다. 다만 움직임 예측은 사람 상대로만 늘기 때문에, 챔피언 조작이 익숙해졌다면 일반 게임으로 넘어가는 게 좋습니다.
롤은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았나요?
늦지 않았습니다. 매칭은 같은 실력대끼리 잡히기 때문에 출시 시점과 상관없이 비슷한 사람들과 시작하게 됩니다. 오히려 지금은 초보용 안내가 훨씬 잘 되어 있습니다.
정리하면
정리하면 CS → 시야 → 오브젝트 → 챔피언 폭 → 멘탈 순서입니다. 저처럼 봇전 1,500판을 돌아서 배울 필요는 없어요. 이 순서대로 하나씩만 의식해도 같은 시간을 훨씬 덜 답답하게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게임은 이기려고만 하면 금방 지칩니다. 제가 그 옛날 롤드컵 결승에 심장이 벌렁거렸던 이유는 승패가 아니라 그 순간의 짜릿함이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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